the trail

A collection of 66 posts
커튼 뒤의 식사 -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the trail

커튼 뒤의 식사 -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사우디의 낮은 마치 정지된 화면 같았다. 잔혹한 라마단 에어컨 바람에 차가워진 몸. 문을 열자 훅 하고 온기가 돌았다. 이 기분 좋은 따뜻함은 1초도 안 돼 끝났다. 이내 숨이 턱 막히는 열기가 쏟아졌다. 잠깐만 걸어도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흘렀다. 거리는 차들만 쌩쌩 달릴 뿐 정적이었다. 길에는 고양이만 있었다. 고양이마저 '너흰
8 min read
악취, 그리고 쪽빛 - 나주 명하쪽빛마을
the trail

악취, 그리고 쪽빛 - 나주 명하쪽빛마을

나주. 영산강 자락. 쪽이 자라는 이곳. 이곳에 오기 전, 내가 상상한 쪽염색은 정갈하고 섬세한 손길이었다. 하얀 모시가 푸른 물에 잠기는 우아한 정적. 쿵쿵쿵! "일어나셔야돼요!" 해가 뜨기 전부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방 전체를 울리고 사라졌다. 전날 하루내 운전을 한지라 잠에서 미처 다 깨지도 못한 채 옷만 챙겨입고 밖으로 향한다.
5 min read
그날의 헤이그
the trail

그날의 헤이그

헤이그 특사 헤이그 특사. 이상설, 이준, 이위종. 시험에 나와 외웠던 이름들. 귀에 피가 나도록 듣고, 시험을 치르기 위해 외우다보니 감동은 사라지고, 마음 속엔 짜증이라는 감정까지 일었다. '아 뭐가 이렇게 많은거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렇게 고백하는 것은, 첫째는 순국선열들에 대한 일종의 속죄일 것이요. 시험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새로이 만난 과거에서 느낀
6 min read
알 수 없는 오로라의 마음
the trail

알 수 없는 오로라의 마음

워크캠프의 공식적인 목적은 두 가지 - 환경 토론과 오로라 "헌팅" 매일 밤마다 환경으로 토론은 실컷 했으니, 이제 프로젝트의 본질인 오로라 관측을 완수해야 할 차례였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하늘은 야속하게만 굴었다. 오로라는 커녕 검붉은 하늘에 구름들만 나를 비웃듯 유유히 지나갔다. 아이슬란드의 검붉은 하늘 완벽한 조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실질적인
8 min read
길을 잃은 박사, 길을 찾은 소년 - 아이슬란드 오두막
the trail

길을 잃은 박사, 길을 찾은 소년 - 아이슬란드 오두막

나는 서른 살의 세상에 갓 나온 박사였다. 소위 가방끈은 길었지만, 정작 내 인생의 길은 잃어버린 상태였다. "이제 뭐 하고살지?"라는 풀리지 않는 고민을 안고 도망치듯 온 곳이 이 곳, 아이슬란드 워크캠프였다. 2주간 함께한 워크캠프 친구들 그 워크캠프에 참가한 네덜란드 소년이 있었다. 열여덟 살. 한국으로 치면 수능 문제집을 풀고
8 min read
(에필로그) 타이타닉의 선장들
the trail

(에필로그) 타이타닉의 선장들

재연재 공지 The Trail 애독자 여러분께, 안녕하세요. 에디터 조나단입니다. 이번 겨울 잠시 멈췄던 연재를 다시 시작합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 덕분에 재정비를 마치고 다시 펜을 들었습니다. 그동안 애정 어린 눈으로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글들로 찾아뵙겠습니다. The Trail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디터. 조나단 드림- ______________ [Series: The Great Escape to Great Britain]
6 min read
세비야를 보지 못한 자, 기적을 보지 못한 것이다 (2/2)
the trail

세비야를 보지 못한 자, 기적을 보지 못한 것이다 (2/2)

To read this post in English and keep up with future articles, please check out the author's blog. 갇혀있다는 공포는 국적도, 배경도 지워버렸다. 나이지리아, 이집트, 스위스, 스웨덴, 독일, 프랑스... 이유없이 데면데면하던 사람들이 어느새 이야기를 텄고, 어느 순간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있었다. 단절된 세상 속, 인간은 결국 홀로 설
7 min r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