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경제위기 곧 오냐고.

그래서 경제위기 곧 오냐고.

전문가들은 주가 지수와 고용 통계를 들이밀며, 경기 침체는 없다고 못박는다. 광기 같아 불안해서 주식을 팔았더니, 또 걷잡을 수 없이 오른다. 중간에 내린 나만 바보가 된 것 같고, 뒤쳐지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항상 마음 한 구석에 의문이 자리잡고 있진 않은가?

근데... 이 축제는 계속 될 수 있을까?

폰지 게임*

역사적으로 거대한 자산 거품이 부풀어 오른 뒤, 아무런 발작 없이 조용히 넘어간 연착륙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부채가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빚을 털어내야 하는 부채 축소*는 피할 수 없는 법칙처럼 찾아온다.

처음에는 벌어들인 돈으로 원금과 이자를 갚지만, 거품에 취할수록 빚으로 이자만 겨우 틀어막고, 끝내는 빚을 내어 빚을 갚는, 소위 폰지 게임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균열 하나에 거대한 탑 전체가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부채로 쌓아 올린 번영이 길어질수록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썩어 들어간다. 이것이 거품의 끝자락에서 언제나 반복되어 온 자본주의의 오랜 법칙이다.[1] 너무나 당연한 소리같지만 지금 세계가 이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오히려 이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바보 취급한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은 다를까? 연방정부 부채는 GDP의 100%를 훌쩍 넘겼고, 안전자산의 상징이라던 30년물 국채 금리가 요동친다. "주식이 떨어지면 채권이 방어해 준다"는 오랜 금융 공식마저 깨졌다. 성장이 꺾이는데 물가가 잡히지 않는 국면에서는 주식과 채권이 함께 추락한다.

미국도 겉으로 보기엔 빅테크의 AI 주가를 방패 삼아 버티고 있지만, 그 바로 바깥의 실물 경제는 높은 금리의 늪에서 메말라가고 있다. 상위 0.1%의 인프라 기업으로만 전세계의 부가 블랙홀마냥 빨려 들어가고, 나머지 모든 실물 경제는 산소 부족에 허덕이는 기형적인 상태.

다크호스

이런 주장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외친다.

"응~ 아니야~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거야!
기술 혁명이 생산성을 폭발시켜 이 부채의 늪을 건너뛰게 만들거거든.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질서가 도래했어!"

지난 글에서 혁신을 무어라 했던가. "남의 밥그릇을 빼앗는 제로섬을 세상의 파이를 키우는 포지티브섬으로 바꾸는 유일한 행위"라고 정의했지 않았나. 이 잣대를 지금의 AI 시장에 들이대면 어떤 질문이 될까?

지금의 AI는 정말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가?

새로운 기술이 요란하게 등장하면, 혁신인 것처럼 보이기 쉽다. 마치 그것이 곧바로 산업 전반의 실질적인 생산성, 즉 가치를 끌어올려 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상이 떠들썩하고 거대한 투자가 일어난다고 해도, 그것이 경제 전반의 진짜 부가가치로 전환되기까지는 혹독한 진통과 오랜 시간이 걸린다.[2]

지금 기업들이 너도나도 AI를 도입하는 주된 목적은 새로운 시장을 열고 세상에 없던 가치를 빚어내는 데 있지 않다. 화이트칼라 직원을 줄여 인건비와 같은 운영비용*을 깎는 데 머물러 있다. 반면 빅테크들은 기존 독점 사업에서 벌어들인 피 같은 현금을, 회수 여부조차 불투명한 수천억 달러짜리 데이터센터와 칩셋을 사들이는 설비투자에 쏟아붓고 있다.

새로운 시장은 열지 못한 채 소비자의 지갑만 얇아지게 만드는 구조는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파이를 키우는 포지티브섬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3] 사람들의 일자리와 소비 여력을 갉아먹어 실물 경제를 위축시키는 또 다른 제로섬에 불과하다. 제품을 사줄 소비자의 주머니는 얇아지는데 인프라만 끝없이 증설되는 기형적인 모래시계 경제가 만들어지고 있다.

종말

결국 시장은 극단적인 양극화로 쪼개지고 있다. 막대한 자본으로 인프라를 독점한 극소수의 빅테크와, 극단적으로 비용을 줄인 1~2인 규모의 초소형 조직만 살아남는다. 그 사이에 낀 수많은 중간 규모 테크 기업과 평범한 스타트업들은 고사 위기에 몰린다. 고객사는 결제를 미루고, 투자 시장은 얼어붙었으며,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속도는 숨이 턱턱 막힌다. 낮아지는 구매 심리와 함께 재고는 늘어만 간다.

이렇게 양극화로 치닫다보니, 숫자로 찍히는 경제 지표는 축제의 연속인데, 현장에서 매일 마주하는 체감 온도 사이에는 극단적인 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사실 시장의 선행 지표들은 이를 경고하듯 이미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역사상 가장 확실했던 침체 신호인 장단기 금리 역전의 해소*가 시작되었고, 비상장 테크 기업들의 몸값은 소리 없이 반토막이 났다.[4]

이 위태로운 균형을 지탱하는 최후의 기둥은 단 하나. 빅테크들이 "우린 앞으로도 AI 데이터센터에 수백조 원을 계속 쏟아부을거야"라고 약속하는 공식 설비투자 계획이다. 만약 이 막대한 투자가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 즉 빅테크들이 인프라 투자를 줄이겠다고 목표치를 낮추는 그날, 시장이 애써 외면해 온 모든 부채의 청구서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릴 것이다.

질문

사람들은 묻는다.

"그래서 경제 위기가 언제 오는데?!
하락장에 돈을 걸까*, 아니면 안전하게 금을 살까?"

하지만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매일 죽으며 혁신하고 있는 우리 창업가들에게 그 질문은 본질이 아니다.

축제같던 공짜 돈의 시대가 끝나고 썰물이 밀려올 때, 창업가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진짜 질문은 이것이라 생각한다.

"빅테크의 치킨게임이 끝나고 거품이 걷힐 때,
과연 내 사업은 살아남을 만한
실질적인 가치를 세워가고 있는가?"

역사를 돌아보면, 거품이 터지고 돈이 말라붙는 그 가혹한 폐허 위에서 언제나 다음 10년을 지배한 위대한 기업들이 태어났다. 불황은 모든 것을 파괴하는 재앙이 아니라, 공짜 돈에 취해 있던 쭉정이들을 털어내고 옥석을 가려내는 혹독하지만 공정한 까부르기이다.

늦지 않았다. 이 질문에 떳떳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누가 알까? 지금을 견뎌내면 10년을 지배할 위대한 기업이 당신 손에서 탄생할지.

(마침.)

⇨다음편 예고: 멋진 신세계 - 기술 혁신의 주기와 불황의 기능


참고

  1. 금융 불안정성 가설: 미국의 경제학자 하이만 민스키(Hyman Minsky)는 호황이 길어질수록 시장은 건전 금융에서 투기 금융을 거쳐 빚으로 빚을 갚는 폰지 금융으로 변질된다고 보았다. 이로 인해 임계점에 도달한 부채 시스템이 급격한 자산 가격 붕괴를 맞이하는 순간을 '민스키 모멘트'라 부른다.
  2. 솔로(Solow) 컴퓨터 역설: 198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솔로(Robert Solow)가 주장했다. "컴퓨터 시대는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생산성 통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말처럼, 신기술 도입 초기에는 기업들의 막대한 설비투자(Capex)만 발생할 뿐 실물 경제의 전반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즉각 연결되지 않는 구조적 지연 현상을 짚었다.
  3. 다론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 2024년 노벨경제학상, MIT 경제학과 석좌교수)팀은 2024년 발표한 논문에서 생성형 AI가 향후 10년간 미국 총요소생산성(TFP)에 기여할 몫이 1% 안팎(0.53%~1.16%)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새로운 과업과 시장을 창출하지 못하고 단순 업무 대체 및 비용 절감에 머무는 기술은 사회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4. 비상장 테크 기업의 가치 폭락: 글로벌 대표 핀테크 유니콘인 스트라이프(Stripe)의 기업가치는 2021년 950억 달러에서 2023년 500억 달러로 거의 반토막 났으며, 유럽 최대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의 몸값은 456억 달러에서 67억 달러로 무려 85% 폭락했다. 금리가 오르고 유동성이 마르자, 매출이나 이익의 실체가 부족한 비상장 기업들부터 혹독한 다운라운드(투자금 회수 및 가치 삭감)를 맞이한 대표적 사례다.

용어

  • 폰지 사기 / 폰지 게임 (Ponzi Scheme): 아무런 실제 생산이나 수익 창출 없이, 나중에 들어온 투자자의 돈으로 앞선 사람에게 배당이나 이자를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 사기. 경제학에서는 실제 이익 없이 '새로운 빚을 내어 이전 빚을 돌려막는 상태'를 비유할 때 쓴다.
  • 부채 축소: 디레버리징 (Deleveraging)라고도 부른다. 빚(레버리지)을 털어내고 부채를 줄이는 과정. 호황기 때 과도하게 끌어다 쓴 부채를 갚기 위해 지출을 극단적으로 줄이거나 자산을 매각해야 하므로 경제 전반에 큰 고통을 수반한다.
  • 장단기 금리 역전과 그 해소:
    • 역전 (Inversion): 보통은 만기가 긴 채권(10년물)의 금리가 단기 채권(2년물)보다 높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미래 경제가 망가질 것이라 예상되면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이 발생한다. (역사상 거의 모든 경기 침체의 선행 지표)
    • 해소 (Un-inversion): 사람들은 역전이 일어날 때 위기가 오는 줄 알지만, 역사적으로 진짜 주가 폭락과 경기 침체는 '역전이 정상으로 풀릴 때' 터졌다. 중앙은행이 마침내 시스템의 균열을 확인하고 허겁지겁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거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장기 금리가 발작을 일으켰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2000년 닷컴 버블, 2008년 금융위기 모두 역전이 해소되면서 본격적인 침체가 시작되었다.)
  • 운영비용과 설비투자
    • 운영비용 (Opex; Operational Expenditure): 직원 인건비, 서버 비용, 임대료처럼 비즈니스를 매일 운영하고 유지하기 위해 계속 지출되는 경상 비용.
    • 설비투자 (Capex;Capital Expenditure): 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칩셋 구매, 토지 및 공장 확보처럼 미래 수익 창출을 위해 선제적으로 투입하는 대규모 자산 투자.
  • 인버스 (Inverse) 투자: 주가나 지수가 '떨어질 때' 반대로 수익이 발생하도록 설계된 금융 파생 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