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not a cafe (t/nc)
the frame: 시리즈 여는 글
공간은 저마다 고유한 온도를 품고 있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시리즈는 성은 작가의 시선을 따라 우리가 머무는 공간을 다시 돌아보는 에세이입니다. 화려하고 완벽하게 연출된 거대한 건축물보다는, 공간을 채운 가구와 일상 속 소소한 아름다움을 세밀하게 관찰합니다. 피사체를 향한 작가의 따뜻한 애정을 바탕으로, 공간이 건네는 조용한 이야기들을 담백하게 기록해 나갈 예정입니다. 시리즈 the frame은 매월 중순 1회 발행 예정입니다.
— 에디터 조나단
'this is not a cafe'.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마주한 이름이다. 얼마 없는 피드를 살펴보니 이제 막 공간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암만 봐도 카페 같은데 카페가 아니라니, 궁금한 마음에, 오픈하면 꼭 가보리라 다짐했다.
첫 만남도 다른 카페와는 다르긴 했다. 예약 페이지가 따로 있었다. 가격은 3시간 머무는 데 10,000원. (*9월에는 15,000원으로 인상 예정이라고 한다) 음료와 소박한 간식이 제공된다고 했다.
예약을 하고 난 뒤, 안내 문자가 하나 왔다. 그 속엔 링크 하나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들어가 보니 이런 페이지가 나왔다.
스크롤을 조금 더 내려보니 이런 질문이 나왔다.
오직 쉼을 위한 무목적 공간에서 어떠한 쉼을 마주하게 될까-
공간은 간판으로 뒤덮여 있는 종로 3가 어느 건물들 사이에 위치해 있었다. 처음 반겨주는 것은 계단이었다. 6층까지 올라가야 했다. 몇 년 전, 파리의 르코르뷔지에 아파트먼트에 갔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건물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했었는데 오르고 나니 펼쳐져 있던 장면이 정말 아름다웠다. 그래서인지 계단을 오르는 마음에 기대감이 쌓여갔다.
올라가는 동안에 팅이 심어 놓은 도식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6층에 도달하고 나니 보인 풍경은 서울 그 자체였다. 여유가 없이 쌓여 올라와 있는 건물들 틈에 서울의 랜드마크인 남산타워가 보였다.
팅의 내부 (팅은 음식을 사와서 먹을 수 있다. 나는 김밥을 사갔다)
내부에 들어서자 정갈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풍겼다. 사진에서 보이지 않는 한쪽 면엔 편안한 소파 2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사장님이 반갑게 맞이해 주셨는데 그 환대의 온도가 딱 적당해서 새로운 곳임에도 긴장이 탁 풀렸다. 간략한 사장님의 안내를 듣고 소파에 앉아서 준비해 온 쉼을 하나씩 꺼내보았다.
불어오는 바람을 벗 삼아 글 쓰고, 간간이 팅장님(손님이 지어주신 사장님의 별칭이다)과 대화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긴 테이블 위에는 스도쿠와 카드가 놓여있었다.

1. 팅에서 준비해준 소소한 간식 2. 오랜만에 해본 스도쿠 (머리를 쓰는 것도 쉼일 수 있다) 3.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카드다. 카드에 쓰인 문구를 따라만 해도 좋다.
몸이 찌뿌둥해진다 싶으면 테라스로 나가 풍경을 감상하기도 했다. 쉼의 형태는 다양했다. 낯선 이들과의 시간이 쉼이 되기도 했던 경험이다.
집에 갈 때 즈음, 팅만의 특별한 선물이 또 있었다. 팅장님이 수집해 온 빈티지 성냥을 하나 골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누군가의 취향을 선물받을 수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내가 고른 건 금색의 테두리가 유독 빛나는 성냥갑이었다. (성냥갑 옆면엔 월미도 선착장 입구 2층이라고 쓰여있다)
두 번째 방문은 저녁의 팅을 보고 싶어 예약했다. 빛나는 남산타워도 보고 싶었다. 소파에 널브러져 편히 쉬고 있는데 팅장님이 옥상을 보여주고 싶다며 안내해 주셨다.
반짝이는 건물들을 배경으로 흔들의자가 하나 놓여있었다. 여름밤의 텁텁한 공기에 실외기에서 뿜어 나오는 뜨거운 바람까지 내 다리를 스치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며 천천히 몸을 흔들었다. 머릿속에서는 생각들이 비워졌다 채워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도심의 온갖 소리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바쁜 도시의 속도와는 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듯했다. 어디서도 맛볼 수 없던 쉼이었다. 그리고 또한 나에게 필요한 쉼이었다.
this is not a cafe. 이곳은 흔한 카페가 아니다. 맛있는 음료도, 디저트도, 멋진 가구나 사진 찍을 만한 스팟도 없다. 하지만 쉼이 있다. 어떤 형태로든지 쉴 수 있다. 내 방 크기 정도의 공간에서 또는 도심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에서 말이다.
t/nc의 instagram : @this_is_not_a_cafe
lp를 가져온 손님이 t/nc을 위한 플리를 만들었다.
(마침.)
작가 성은 소개

사진 촬영과 보정, 그리고 교육을 진행하며 사진을 업으로 삼고 있는 작가입니다. 웅장하고 거대한 건축물보다는 가구가 멋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공간을 담아내는 것을 선호합니다.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일상의 순간을 깊이 관찰하고 기록하는 데 큰 기쁨을 느끼며, 뛰어난 관찰력으로 공간의 소소한 디테일을 섬세하게 포착해 냅니다.
수많은 레퍼런스를 수집하며 완벽을 기하기 위해 긴 시간 고민하지만, 결국 사진의 본질은 피사체를 향한 깊은 사랑과 애정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훗날 자신만의 작은 공간을 만들어 그곳에서 좋아하는 일들을 마음껏 펼쳐내는 것을 꿈꾸며, 자신의 작품이 세상에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향기처럼 스며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