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연대
늘 그리운 과거와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 그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며 숨이 가빴는지도 모르겠다. 현재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기록하기를 좋아하는 나인데 이 간극은 어디로부터 오는걸까-
며칠동안 불안의 강도가 높았다. 빠져나가지는 않고 밀려들어오기만 하는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어졌을 때쯤, 오래전부터 가고 싶던 곳을 예약했다. 집에서 1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파주 모티프원이였다.
20년 이상 자리를 지켜 온 모티프원에 <아트스테이 프레농>*이라는 공간이 새로 생겼다. 내가 예약한 곳은 그 중에서도 ‘비라스카’라는 이름의 룸. 비라스카는 폴란드인으로 '포기하지 않는 꿈이 있던 자’ 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주인분이 수집한 책들이 빼곡히 세 면을 채우고, 그 가운데 안락한 소파가 놓여있는 룸이었다. 그 소파에 앉아 있을 근사한 나를 상상하며 결제했더랬다.
도착하는 날 저녁엔 요가세션을 예약해 두었고, 공용거실에서 진행되었다. 그동안 요가는 내가 해 본 운동 중 가장 고행에 가까운 운동이었다. 그런데 이번 요가는 달랐다. 과하게 비트는 것 없이 호흡에 중심을 두고 몸을 이완시키는 행위로서의 요가였다. 선생님께서 '삶의 여백을' 주제로 수업을 리드해주셨다.
삶에는 여백이 필요하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의 여백. 그렇게 되뇌이며 정리가 끝난 자리에 여백을 두는 시간을 보내기로 다짐했다.
또 다른 공용거실 한 편에는 그동안 다녀갔던 이들의 방명록이 꽂혀있었다. (각 룸에도 있는 듯 하다.)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남기고 간 글들을 보며 고요한 연대의 시간을 보냈다. 나를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의 나로 있게하는 그들과 함께-
"지나간 과거에 얽매여 멈춰 있지도 말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조급해하지도 말고, 숨 쉬고 있는 지금에 집중하며 나아가자.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삶도 충분하다." 이름 모를 이들이 묵묵히 건네는 조용한 응원 같았다.
떠나는 날 아침, 숙소 근처를 가볍게 산책하며 겨울이 다가옴을 느꼈다. 맑고 깨끗한 겨울의 첫 공기를 들이마시는 그 설레는 순간을 좋아한다.
체크아웃을 하며 보낸 짧은 메세지에 답이 왔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도 온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아트스테이 프레농(prénom)은 경기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위치한 창작자들의 안식처이자 아트스테이입니다. 오랜 기간 북스테이로 사랑받아온 모티프원 옆에 2025년에 문을 열었으며, 두 공간이 하나의 정원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습니다.

위치 및 기본 정보
- 위치: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38-14 (프레농) / 38-26 (모티프원)
- 주차: 헤이리 13공영주차장 이용 (도보 약 2분 거리)
- 공간 구성: 1층 공용 라운지(갤러리 및 차를 마시는 공간), 주방, 그리고 통창 구조의 객실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