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 열차? 아니! 만주 종단열차 탄 이야기 (2/3)
열차 안은 예상과 달랐다.

낯선 향신료 냄새 대신, 뜨거운 물과 보일러가 만들어내는 사우나 같은 훈훈한 공기가 우리를 감쌌다. 차(茶)의 나라답게 복도에서는 언제든 뜨거운 물을 받을 수 있었다. 창밖은 온통 하얀 눈뿐이었다. 소리도, 거리감도 없는 순백의 세상 위를, 우리는 규칙적인 철컹거림과 함께 유영했다.

세상과 완벽히 단절된 그 공간은 우리 둘만의 '24시간 토크쇼' 무대가 되었다.
정치, 경제, 문화, 연애, 학문. 주제에 있어 경계는 없었다. 평소라면 꺼내기 어려웠을 깊은 속내와 날 것의 생각들이 쏟아져 나왔다.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흩어져 있던 내 생각의 조각들이 맞춰지고, 새로운 인사이트가 떠올랐다. 기존의 '나'로부터 완벽히 분리되어, 생각하는 기회가 주어진 듯 싶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다양한 관심사에 놀랐고, 이렇도록 대화와 사색을 즐긴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러다가도 문득 끝없이 반복되는 설경을 보면, 속이 울렁거렸다.

'이렇게 빠른 기차로도 이토록 멀고 지루한데,
우리 선조들은 대체 어떤 마음으로 이 길을 건넜을까.' 거사를 치르러 가는 그 떨리고 무거운 마음을 품고, 며칠 밤낮을 이 철컹거림 속에서 버텨냈을 그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렇게 깊은 대화와 사색이 몇 개의 낮과 밤을 채웠을까.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설경과 철컹거림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열차 안의 공기가 미묘하게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열차는 멈춰 섰다. 여정의 가장 큰 관문, 국경이었다.
(3편에서 계속)